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팬덤 정치' 문화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제1야당 민주당은 오래 지켜온 가치와 품격을 잃었다"고 직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낙연계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이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진행한 '대한민국, 위기를 넘어 새로운 길로' 포럼 기조연설에서 "과거의 민주당은 내부 다양성과 민주주의라는 면역체계가 작동해 건강을 회복했으나 지금은 리더십과 강성지지자들 영향으로 그 면역체계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긴 세월 동안 나름의 자생력과 회복력을 구사해 왔으나,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며 "면역체계가 무너지면 질병을 막지 못하고 죽어간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소위 '개딸'의 행태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이 '면역체계'가 무너진 탓에 "도덕적 감수성이 무뎌지고 국민 마음에 둔해졌다"며 "정책이나 비전을 내놓는 활동이 미약해졌고, 어쩌다 정책을 내놓아도 사법 문제에 가려진다"고 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질문에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 사당화'에 관해 묻는 기자들 질문에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도덕적 감수성이 무뎌졌고, 당내 민주주의가 억압되고 하는 것은 (이 대표의)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당화 해소를 위한 방안을 묻는 말에는 "민주당이 중지를 모아서 잘 해주기를 바라지만, 지금까지 (지난 6월) 귀국한 뒤로 꽤 오랜 기간 침묵하면서 지켜본 바로 잘 안 되고 있다"면서 "매우 답답하게 생각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 대해선 "얼마나 효과를 낼지 불확실하지만, 혁신의 노력은 일단 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그는 "권력의 하부 기관으로 오랜 세월을 지내온 탓인지 지금도 비슷한 행태를 계속한다"면서도 "여당이 강성 지지자들과 결별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 평가했다.
창당 가능성 시사도…"여러 갈래의 모색이 있다"
이 전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사했다. 그는 국민을 분열에 빠뜨리는 국내 정치의 양극화를 극복할 방법으로 '다당제 구현'을 언급하며 "양대 정당이 '국민 실망시키기'를 경쟁해온 결과로 무당층이 예전보다 더 두텁고 단단해졌다. 다당제를 통해 무당층을 국회에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럼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냐는 질문에 "여러 갈래의 모색이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다만 제 3지대와 연합 행보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모색을 하는 분들과는 아직 접촉이 있지는 않다"며 "그분들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잘 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또 민주당 비주류 혁신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의 방향성에 대해선 "그분들의 문제의식과 충정에는 공감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원칙과상식의 활동이) 원칙과 상식에도 해당한다는 말씀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은 친이낙연계 대표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이 주최했다. 이 전 대표가 공개 학술 포럼에 나서는 것은 지난 6월 미국에서 귀국한 뒤 처음이다. 그는 그간 전국 대학교를 돌며 비공개로 강연을 진행해 왔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관련뉴스
